덕산 김덕권(前 원불교 청운회장·문인협회장, '덕화만발 http://cafe.daum.net/duksan725' 운영)
오래전 어느 봉사 단체에서 어렵고 힘든 이웃을 돕느라 일주일에 세 번 씩 무료로 도시락을 나눠주는 행사를 개최한 적이 있을 때 생긴 일입니다. 그날 따라 영하 10도가 넘는 몹시 추운 날이었는데,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이라 그런지 급식소를 찾아온 사람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봉사자들은 도시락 한 개에 다 따뜻한 국물을 따로 담아 포장지에 싸서 한 사람에게 한 개 씩 나눠 주었습니다. 한 사람에게 한 개를 주는 것이, 정해진 규칙이었지요. 봉사자들이 열심히, 급식하고 있는데 남루 한 옷차림인 어느 남자아이가 급식대로 다가와 도시락 세 개를 집어 자신의 가방에 다 얼른 담았습니다.
그때 아무런 죄 의식 없이 절도 행위를 저지르는 아이를 지켜본 사람이 있었습니다. 무료 급식소를 처음 나온 초등학교 선생님인 여자 봉사자였습니다. 봉사자는 아이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훔치는 것을 본 순간 그만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습니다.
“얘! 어디서 감히 도둑질 하는 거니? 한꺼번에 그렇게 많이 가져가면 다른 사람이 먹지 못하잖아! 왜? 어린 나이에 그런 나쁜 짓을 하는 거야!”
아이는 얼굴이 빨개진 채 가방 안에 넣었던 도시락을 모두 꺼내 탁자 위에 내려놓고는 쏜살같이 그곳을 빠져나갔습니다. 아이는 한 손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그때 주방에서 일하고 있던 아주머니 한 분이 밖으로 나와 아이를 쫓아낸 봉사자에게 조용히 말했습니다.
“이곳은 가난한 동네예요! 그리고 오늘같이 추운 날은 일이 없어 부모들이 일을 못 나갑니다! 그래서 아이가 가족을 대신해서 나와 아빠와 동생을 먹 일려고 도시락 세 개를 챙긴 거예요.
저 아이의 아버지는 일하다 사고를 당해 방에서 누워 지내고, 엄마는 파출 부 일을 하러 다니느라 가족 돌 볼 여유가 없다 보니 장남인 저 애가 도시락을 세 개를 챙긴 거라고요. 선생님 때문에 이 추운 겨울에, 가족들이 꼼짝 없이 굶게 생겼네요.”
선생님은 그 말을 듣자 가슴이 철렁 하고 내려앉았습니다. 순간 부끄러움과 미안한 표정으로 가방에 넣었던 도시락을 꺼내는 그 아이의 서럽고도 슬펐던 눈망울이 생각나자, 선생님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말았습니다.
마음을 추스른 선생님이 아주머니에게 그 아이의 집이 어딘지 알아내고 도시락 네 개를 챙기고, 사 비를 들여 과자와 빵과 라면 등, 먹을 것들 잔뜩 사서 아이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추운 방안에서 세 식구는 이불을 덮은 채 추위에 떨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봉사자는 그 아이를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정말 미안해! 내 생각이 짧아서 너에게 큰 상처를 준 것 같아, 너무 미안해!” 뜨거운 눈물이 목을 타고 솟 구 쳐 오르자 더는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마음이 따뜻한 사람에게는 8가지 특성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 향기로운 마음입니다.
향기로운 마음은 남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나비와 벌, 바람에 게, 자기의 달콤함을 내주는 꽃처럼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베풀어주는 마음이지요.
둘째, 여유로운 마음입니다.
여유로운 마음은 풍요로움이 선사하는 평화입니다. 마음이 끝없이 드넓어 넉넉한 하늘처럼 비어 있어, 가득 채울 수 있는 자유를 말합니다.
셋째,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존재에 대한 나와의 약속입니다. 끊어지지 않는 ‘믿음의 날 실’에 ‘이해라는 구슬’을 꿰어 놓은 것처럼, 마음을 쏟아야 하는 사랑이지 요.
넷째, 정성 된 마음입니다.
정성 된 마음은 자기를 아끼지 않는 헌신입니다. 뜨거움을 참아내며 옥 빛으로 은은한 향과 맛을 건네주는 차처럼 진심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실천입니다.
다섯째, 참는 마음입니다.
절제의 바다를 그어서 오롯 하게 자라며 부드럽게 마음을 비우는 대나무처럼 나와 세상의 이치를 바로 깨닫게 하는 수행 심입니다.
여섯째, 노력하는 마음입니다.
목표를 향한 끊임 없는 투지입니다. 깨우침을 위해 세상의 유혹을 떨치고, 머리칼을 자르며 공부하는 수행 자처럼 꾸준하게 한 길을 걷는 집념입니다.
일곱째, 강직 한 마음입니다.
자기를 지키는 용기입니다. 깊게 뿌리내려 흔들림 없이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처럼 변함없이 한결같은 믿음이지요.
여덟째, 선정(禪定)하는 마음입니다.
나를 바라보게 하는 고요함입니다. 보람의 열매를 맺게 하는 햇살처럼 어둠을 물리치고 세상을 환하게 하는 지혜를 말합니다.
어떻습니까? 마음이 따뜻한 사람의 사랑이요? 우리 언제나 조금은 바보같이, 무조건 베풀며, 세상을 위해 맨발로 뛰면 어떠할까요?
단기 4357년, 불기 2568년, 서기 2024년, 원기 109년 4월 9일
덕산 김덕권(길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