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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의 고전소통]실이실지(實而實之)
실한 것을 실하게 보인다
 
이정랑 기사입력  2020/07/26 [21:07]

이정랑 언론인/논설고문/중국고전연구가

 

이 말은 『초려경략‧권6』 「허실」에 나온다.

 

허실은 나한테 달려 있으므로 적의 오판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튼튼한 곳을 튼튼하게 보임으로써 적으로 하여 내 쪽에 혹 허점이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게 만든다.

 

‘튼튼한 곳을 튼튼하게 보인다.’는 ‘실이실지’는 적과 싸울 때 일부러 내 쪽의 실력을 드러내는 병가 사상이다. 이 책략은 내 쪽과 적의 실력이 엇비슷하거나, 내 쪽에 충분한 준비가 있고 부서를 주도면밀하게 배치한 후에 실시해야 한다.

 

394년, 후연의 왕 모연수(慕容垂)는 서연(西燕-지금의 산서성 남부)을 공격하기 위해 병력을 부구(滏口-지금의 하북성 무안현 남쪽)에 주둔시키고, 일부 병력은 호관(壺關-지금의 산서성 장치현 동남)에 주둔시켰다. 그리고 자신은 일부 병력을 이끌고 사정(沙廷-지금의 하북성 임장현 서남)에 주둔했다. 모용수는 병사들에게 각자의 배치지역으로 진입하게 하는 동시에, 자신의 실력을 믿고 공개적으로 선전포고를 했다.

 

서연의 왕 모용영(慕容永)은 적군이 국경을 압박해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자 군대를 나누어 각 도로의 관문을 지키게 하는 한편 군량을 쌓아놓은 대벽(臺壁-지금의 산서성 여성현 서쪽)에 만여 명의 병사를 보내 지키게 하는 등 응전태세에 들어갔다. 그런데 모용수는 이러한 사정을 알고도 어찌 된 일인지 병사를 움직이지 않았다. 이에 모용영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용영은 사정에 주둔하고 있는 모용수의 군대가 가짜고, 진짜 목적은 남쪽에서 우회하려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일 부 병력을 대벽에 남겨놓고 나머지는 모두 지관(軹關=지금의 하남성 제원현 서북)에 집결시켜 태행산(太行山) 입구를 방어하도록 했다.


서연이 주력군을 다시 안배하는 것을 보고 난 다음, 모용수는 친히 주력을 이끌고 태행산 북쪽 끝에서 부구를 나와 천정관(天井關-지금의 하북성 무안현 서쪽)을 공격해 들어갔다.

 

5월, 모용수는 대벽을 줄기차게 공격하여 점령했다. 그리고 즉각 부장에게 명령하여 천여 명의 기병을 매복시키게 했다. 모용영과 접전을 벌인 다음 모용수는 거짓으로 패한 척하면서 적을 유인했다. 이런 사실도 모르고 모용영은 계속 추격하다가 복병에 퇴로를 차단당하고 말았다. 그 순간 후연의 군대가 사방에서 일제히 공격을 가해 서연군을 크게 무찔렀다.

 

모용수는 이 작전에서 자신의 목적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어 상대방에게 알리는 ‘실이실지’의 계략을 구사했다. 또 전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는 적의 상황에 맞추어 구체적이고 다양한 조치를 함으로써 마침내 서연을 멸망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승리를 끌어냈다.

 

‘실이실지’는 적으로 하여 내 쪽의 ‘튼튼함’을 ‘허점’으로 잘못 판단하게 하는 계략이다. 진짜를 진짜로 말함으로써 오히려 적이 그것을 가짜라고 의심하게 만드는 책략이다.

 

전쟁은 속이기를 꺼리지 않는다. 진짜와 가짜를 운용하는 묘는 무궁무진하다. 이것은 심리전의 일종이며, ‘시형법’이기도 하다. 진짜를 진짜로 보이는 방법이 때로는 적을 현혹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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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7/26 [21:07]  최종편집: ⓒ nanum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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