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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화만발'德華滿發']계포일락
약속이란 지키기 위해 있는 것
 
덕산 기사입력  2020/07/28 [09:12]

덕산 김덕권(前 원불교 청운회장·문인협회장, 카페 '덕화만발 http://cafe.daum.net/duksan725' 운영)

 

 학창시절 우리는 친구들 사이에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이라는 말을 많이 쓴 적이 있었습니다. ‘사나이 대장부의 한 마디 말은 천금보다 무겁고 가치가 있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사자성어 가운데 이와 같은 말로 ‘계포일락(季布一諾)’이 있습니다.

 

이 말의 출전은 『사기(史記)』 <계포난포열전(季布欒布列傳)>에 나옵니다. ‘계포가 한 번 약속한 것은 끝까지 지킨다.’는 뜻이지요. 계포는 항우와 유방이 천하를 다툴 때, 항우 휘하의 대장으로 용맹을 떨쳤던 인물입니다. 계포는 약한 자를 돕고 의로운 행동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으며, 자신이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신의(信義)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항우가 이 싸움에서 패하자 유방은 천금의 현상금을 걸어 계포를 수배하고, 그를 숨겨 주는 자가 있으면 삼족을 멸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계포의 인품을 잘 알고 있던 사람들은 오히려 유방에게 그를 중요한 직책에 임명할 것을 권하였습니다. 이에 계포는 유방의 조정에서 벼슬을 하면서 의로운 일에 힘써 많은 사람의 신임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조구생이란 사람이 계포를 찾아와서 이렇게 말합니다. “황금 백 근을 얻는 것보다 계포의 한 마디 승낙(季布一諾)을 받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는데, 선생은 어떻게 이 지방에서 그런 명성을 얻게 되셨습니까? 제가 천하를 유람하면서 선생의 명성을 알린다면 선생은 천하에서 더욱 귀중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부디 저를 문객으로 받아주십시오.”

 

이에 계포는 조구생의 청을 들어주어서 여러 달 동안 후하게 대접을 하고 돌려보냈습니다. 그 후로 계포의 명성은 더욱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중국 역사상 명군으로 꼽히는 당 태종에게는 바른말 하는 명신 위징이 있었습니다. 위징이 남긴 시 「술회」에 “계포는 두 번 약속하지 않았네!(季布無二諾)”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젊은 시절 계포는 친구와 마을 앞에 있는 강을 헤엄쳐서 건너가기로 약속하고 이튿날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약속한 이튿날 비바람이 몰아치고 천둥 번개가 치는 등 험상궂은 날씨였으나 계포는 약속 장소에 나왔습니다. 그의 친구가 비바람이 잠잠할 때를 기다렸다가 뒤늦게 약속 장소에 달려가 보니 계포가 비에 흠뻑 젖은 채 그 자리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계포의 모습을 본 친구들은 계포가 약속을 잘 지키는 용감한 사나이로 여기게 되었고 이런 사실을 온 동네에 퍼트렸지요. 이처럼 계포는 아무리 사소한 약속일지라도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지킬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렇게 약속이란 지키기 위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세상에는 약속을 해놓고 저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사람이 비록 작은 일일지라도 약속의 소중함을 알고 그것을 지켜나갈 때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지 하루아침에 신뢰가 쌓이는 것은 아니지요.

 

말은 공명정대하게 하고, 행동은 신중을 기하여야 합니다. 그야말로 남아일언 중천금입니다. 그런데 진리와 합일하겠다고 한 서원(誓願)을 외면하고 회상(會上)을 등지는 사람을 보면 안타깝기 이를 데 없습니다. 사제지간의 귀한 정의(情誼)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한마디 말도 없이 사라지는 사람을 수도 없이 보았습니다.

 

도반(道伴)과 동지(同志) 그리고 친구들 사이의 신의(信義)를 조그마한 이해관계 때문에 척(擲)을 지고 떠나는 사람을 보면 안타깝다 못해 슬프기 까지 합니다. 이렇게 스승과 제자, 도반과 동지 그리고 붕우(朋友) 사이에 갖춰야 할 두 가지 심법이 있습니다.

 

곧 신의(信義)와 정의입니다. 신(信)은 제자가 스승에게 온통 바치는 것이요, 의(義)는 한번 바친 그 마음이 어떠한 난관에도 변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신의만 갖추게 되면 스승의 법을 남김없이 다 받아올 수 있는 것이지요. 이와 같이 우리가 영생을 잘 살기로 하면 신의를 다 바칠 수 있는 마음의 스승과, 생사고락을 같이할 수 있는 도반과 동지와 친구 사이에 어떠한 경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마음의 계(戒)를 가져야 합니다.

 

이처럼 심사(心師)·심우(心友)·심계(心戒)를 모시고 살면, 우리는 일생뿐 아니라 영생을 통해 인생을 영원히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설혹 스승이나 도반, 마음을 다 하는 친구 사이에 생각지도 않게 아닌 모습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어찌하면 좋겠는지요? 의혹이 생기면 물어 보는 것입니다. 심사‧심우‧도반이 인간인 이상 실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방편(方便)으로 우리를 깨우치려는 뜻에서 방편(方便)을 쓸 수도 있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가히 불보살(佛菩薩)들은 범부(凡夫)들의 생각을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약속을 지키려고 비바람 몰아치고 폭풍이 몰아치는 강가에 나와 기다렸던 그 옛날 계포일락의 고사를 한 번쯤 되돌아보면 얼마나 좋을 까요!

 

단기 4353년, 불기 2564년, 서기 2020년, 원기 105년 7월 28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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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7/28 [09:12]  최종편집: ⓒ nanum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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