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문화발전 국회포럼, '야당몫 국회도서관장직 도서관계에 돌려줘야'

국립중앙도서관장과 쌍벽 이루는 중책, 정치인이 맡을 명분 없어

조장훈대표기자 | 입력 : 2014/05/07 [21:35]
'도서관문화발전 국회포럼' 소속 국회의원 40명이 국회도서관장 직위를 도서관계에 돌려주자는 성명을 발표했다.
 
동네서점이 몰락하고 종이책으로 상징되는 출판·문화산업 전반이 침체일로에 접어 들었다. 이런 시기에 국회도서관장직을 도서관계로 돌려보내자는 국회의원들의 제안은 출판·문화산업의 큰 축을 담당하는 도서관과 사서계열 종사자들에게 신선한 낭보가 아닐 수 없다.
 
▲ 국회도서관 전경     © 조장훈대표기자

 
'도서관문화발전 국회포럼'은 신기남·이주영의원을 공동대표로, 김장실도종환 의원이 양당 간사를 맡아 이끌고 있는 국회 의원연구모임이다. "선진국이기 때문에 도서관이 많은 것이 아니라, 도서관이 많아야 선진국이다."라고 강조하며, 관련법의 제·개정 등을 통해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발전을 이끌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9월 30일 발족했다.
 
이 포럼이 오늘(7일) “국회도서관 관장 직을 도서관계에 돌려줍시다.”라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여야 국회의원 40명이 뜻을 모아 한 목소리를 내게 한 '국회도서관장직'에는 대체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국립중앙도서관장은 1급, 국회도서관장은 차관급

대한민국 도서관의 대명사는 국립중앙도서관이고 도서관장의 직급은 1급 공무원이다. 반면, 국회도서관은 거의 아는 사람만 찾는 전문도서관이지만 관장의 직급은 한 단계 더 높은 차관급이다. 국립중앙도서관장을 제치고 도서관계에서 가장 높은 직위인 것이다.
 
국회도서관장은 차관급인데, 이용도와 인지도 어느 면을 보나 중요도가 한결 더 높아 보이는 국립중앙도서관장은 왜 1급일까? 소관부처내 돌려막기 인사를 위한 자리 보전이 이유라는 다소 신빙성 떨어지는 주장도 있지만, 그 직책의 상징성에 비춰 국립중앙도서관장의 직급을 반드시 상향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은 도서관계의 오랜 관심사이다.
 
한편, 이러한 직위의 언밸런스는 국립중앙도서관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국회도서관장은 매 2년마다 국회 제1야당의 추천, 국회 운영위원회의 동의를 거쳐 국회의장이 임명한다는 임명권자와 임명 절차의 차이에서도 비롯된다. 또한, 같은 이유로 국회도서관장직은 정치적 임명의 필요성에 의해 직위는 높아졌지만, 권위와 상징성은 사라지고, 정치적 편향성과 당파성만 끊임없이 지적받는 형편에 놓이게 된 측면도 있다.
 
▲ 국회는 8일 '2014 세계 전자의회 컨퍼런스'를 개막했다. 이날 저녁 국회도서관 중앙홀에서 대표단 환영 리셉션이 펼쳐진 가운데, 강창희 국회의장과 외국대표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조장훈대표기자 (사진=8일 추가)
 
보유장서 국내 3위, 입법활동 지원 외에 국가서지의 발간·배포 임무

직급의 고하를 살피는 것 보다 중요한 문제가 또 있다. 보유 장서면에서 국회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 서울대도서관에 이어 3위에 랭크되어 있다. 국회도서관의 장서수가 많은 이유는 납본제도에 있다. 출판사가 간행물을 출판하면 먼저, '출판사 및 인쇄소의 등록에 관한 법률'에 의해 출판물 2부를 문화체육관광부에 납본해야 한다. 또한,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에 의해 국립중앙도서관에 2부를, '국회도서관법'에 의해서 국회도서관에 2부를 납본한다.

국회도서관은 국회의원 등 의회 조직의 입법활동을 지원하는 기능과, 국가서지의 발간·배포 기능을 주 임무로 한다. 입법활동의 지원기능은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에 필요한 자료제공, 최신 해외정보의 분석·평가 및 번역제공, 국내외 입법 참고자료의 수집·연구·발간 등이다. 발간된 중요 입법자료와 국가서지 및 색인은 국회의원과 각 도서관 및 관계기관과 학계에 배포하고 있다.

국회도서관장직, 정치적 논공행상은 도서관 발전에 도움 안돼
 
이처럼 국회는 물론이거니와 국가 차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국회도서관장직이 입법부의 정치적 논공행상의 대상으로만 운영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국회도서관 관장 직을 도서관계에 돌려줍시다. 이것은 우리나라 도서관계와 문화계의 오랜 숙원입니다."라는 '도서관문화발전 국회포럼'의 주장은 그래서 충분히 공정하고 타당하다. 
 
포럼은 주장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국회도서관장을 비전문가인 정치인이 맡는다는 것은 명분이 없고, 도서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야당 몫으로 주어진 기득권을 차마 놓지 못하고 매번 실망스러운 인사가 되풀이 되어 왔다 △도서관계 최고의 자리는 마땅히 도서관계의 여론을 수렴하여 능력이 검증된 인물에게 맡겨야 하고, 그래야만 국회도서관이 위상에 맞게 제 역할을 하고 발전을 해 나갈 수 있다 등을 들고 있다.

또한, "이 일을 위해서는 국회법이나 국회도서관법을 개정하는 것이 근본적 방법이긴 하겠으나, 우선 현재 시행하고 있는 관행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목적을 이룰 수 있다"며,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추천권을 가지고 있는 이때에 먼저 새로운 방법을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바로 이런 것이야말로 쓸모없는 기득권을 내려놓는 새 정치의 참모습이다"라며, "새로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이 오는 5월 새로운 국회도서관장을 추천할 때에 반드시 이를 실현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구체적인 명분제시와 실천방안까지 못박았다.
 
포럼을 주도하는 새정치민주연합 신기남·원혜영 의원은 지난해 12월 6일에도 '사실상 야당몫으로 내정돼온 국회도서관장직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제안서를 당내 의원들에게 돌린 바 있다. 두 의원은 "학계, 전문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국회 도서관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국민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최고의 지성을 초빙하자"는 내용을 제안서에 담았고, 이 내용이 오늘 포럼에 의해 성명의 형태로 구체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기득권 내려놓기 '새정치'의 참모습, 야당 먼저 내려놓으면 신선한 충격

내일(8일)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새로운 원내대표가 확정되는 것을 시작으로 국회의장 선출을 비롯해 19대 국회 후반기를 이끌어 갈 각 상임위원장 및 양당의 주요 직책을 새로운 인물로 교체하는 절차가 단계적으로 진행되게 된다. 국회도서관장직도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인물을 맞게 될 전망이다. 국회도서관장직의 전문직 개방은 이러한 시기적 배경에 '국회의 기득권 내려놓기'라는 상징적 명분을 담아 '도서관문화발전 국회포럼'의 이름으로 직접적인 공론의 장에 올려졌다.

명분과 실리가 제각각인 것으로 국민들로부터 항상 의심받고 오해받는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당연히 확보한 기득권을, 그것도 야당에서 먼저 자청해서 내려놓겠다는 것은 참으로 신선하고 대단한 일이다. 야당 지도부의 결심만 확고하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아니다.

차제에, 새정치를 표방하고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이, 정치권력과 직접적인 관련성을 갖지 않는 '국회도서관장직'을 미련없이 내려놓는 결단을 보일 것인지, 국회 내부의 일부 주장으로 치부하고 없던 일로 두루뭉술 넘길 것인지 그 결말이 자못 궁금해진다.
 
 
다음은 '도서관문화발전 국회포럼'의 '국회도서관장 직을 도서관계에 돌려줍시다' 성명서 전문
 
“국회도서관 관장 직을 도서관계에 돌려줍시다.”
 
[공동제안자]
강동원, 김광진, 김동철, 김상희, 김성곤, 김용익, 김장실, 김재윤, 김현미, 도종환, 문정림, 박원석, 배기운, 백재현, 서기호, 신경민, 신기남, 신성범, 안민석, 안효대, 오제세, 원혜영, 유인태, 윤명희, 이만우, 이명수, 이미경, 이상민, 이상일, 이상직, 이윤석, 이종진, 이주영, 이찬열, 장윤석, 장재완, 정청래, 진성준, 황영철, 황주홍 의원(40인)

이것은 우리나라 도서관계와 문화계의 오랜 숙원입니다. 현재 국회도서관장 직을 야당이 추천하는 정치인이 맡는 바람직스럽지 못한 관행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국회의 사무총장을 여당이 추천하도록 하면서 대신 국회도서관장을 야당이 추천하도록 하였는데, 그동안 야당은 여론과는 달리 임의로 당내 인사를 지목해 온 것입니다.

사무총장이야 정치인 출신이 맡을 이유가 나름대로 있을지 모르나, 도서관장까지 비전문가인 정치인이 맡는다는 것은 명분이 없을 뿐만 아니라 도서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단 야당 몫으로 주어진 기득권을 차마 놓지 못하고 매번 실망스러운 인사가 되풀이 되어 온 것입니다.

국회도서관은 우리나라 도서관계에서 국립중앙도서관과 쌍벽을 이루는 기관입니다. 국회가 국내외에 널리 자랑할 만한 권위 있는 문화시설입니다. 직급도 차관급으로서 1급인 국립중앙도서관장보다 높습니다. 이러한 도서관계 최고의 자리는 마땅히 도서관계의 여론을 수렴하여 능력이 검증된 인물에게 맡겨야 합니다. 그래야만 국회도서관이 위상에 맞게 제 역할을 하고 발전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국회도서관에 책임을 지고 있는 국회가 솔선해야 할 때입니다. 국회도서관장을 도서관계에서 정평이 난 신망 있는 사람으로 선임하여 국회도서관은 물론 국회 자신의 신뢰를 높입시다. 이 일을 위해서는 국회법이나 국회도서관법을 개정하는 것이 근본적 방법이긴 하겠으나, 즉시 법을 개정하기가 어렵다면 우선 현재 시행하고 있는 관행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국회도서관장 추천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 그동안 자기가 고르는 정치인을 추천해 온 관행을 깨고 모두가 수긍하는 합당한 인선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합당한 인선을 하는 과정에서는 우리나라 도서관계의 대표기관인 한국도서관협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침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추천권을 가지고 있는 이때에 먼저 새로운 방법을 시행하면, 다음에 누가 추천권을 가지게 되더라도 선순환을 하여 올바른 전통이 수립되리라고 봅니다. 바로 이런 것이야말로 쓸모없는 기득권을 내려놓는 새 정치의 참모습이 아니겠습니까? 새로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이 오는 5월 새로운 국회도서관장을 추천할 때에 반드시 이를 실현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2014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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